세계 1위 도시 뉴욕의 질문은 다르다…“어디서 왔나”가 아니라 “뭘 할 수 있나”

people walking in city in black and white

이민자 309만 명, 시민 신분증으로 경제 참여 문턱 낮춰…출신보다 능력, 배제보다 참여를 선택한 도시의 경쟁력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막대한 자본과 세계적인 기업, 높은 건물과 편리한 교통이 전부일까?

미국 뉴욕은 여기에 다른 답을 제시한다.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에게 출신을 먼저 묻기보다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도시의 경제와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2026 글로벌 도시지수’에서 뉴욕은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뉴욕은 2024년 첫 지수 발표에 이어 선두를 지켰다


그러나 이 순위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져야 한다.

🔥뉴욕은 어떻게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수많은 사람을 하나의 경제 생태계로 연결하고 있을까?

1. 뉴욕 인구의 37.5%가 이민자라는 사실


뉴욕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인구 구성이다.

뉴욕시 도시계획국의 2026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뉴욕의 외국 출생 인구는 약 309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7.5%를 차지했다.

같은 시기 미국 전체의 외국 출생 인구 비중은 14.3%였다.

뉴욕의 이민자 비중이 미국 평균보다 23.2%포인트 높은 셈이다.

이는 단순히 외국인이 많이 사는 도시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이민자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소비자이기도 하다. 주거 공간을 구하고, 식료품과 의류를 구매하며, 교통과 의료,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한다. 일부는 사업을 시작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다른 사람은 전문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 기존 산업의 생산성을 높인다.

이민자를 경제활동의 바깥에 머무르게 할 것인지, 아니면 합법적인 제도와 경제활동 안으로 들어오도록 할 것인지에 따라 도시가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의 규모는 달라진다.

이것이 뉴욕의 사례에서 주목할 첫 번째 지점이다.

사람이 많다는 사실 자체가 경쟁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들이 일하고 소비하며 창업하고 세금을 낼 수 있도록 연결하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2. 신분증 하나가 바꾸는 것…IDNYC의 의미


뉴욕의 이민자 정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2015년 도입된 뉴욕시 시민 신분증, IDNYC

이 제도는 일반적인 신분 확인 수단을 넘어 뉴욕에 사는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자신을 증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뉴욕시가 운영하는 IDNYC는 이민 신분이나 주거 형태를 이유로 발급 대상을 제한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이는 연방정부의 이민 신분이나 취업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신분증이 왜 중요할까?

신분을 증명하기 어려운 사람은 일상적인 행정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불편을 겪을 수 있다. 본인 확인에 어려움이 있으면 정식 계좌를 개설하고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과정에도 장벽이 생길 수 있다.

물론 IDNYC 하나만으로 모든 금융 접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은행 계좌 개설에는 금융기관의 별도 규정과 신원 확인 절차가 적용된다.

그럼에도 📌지역사회에서 통용되는 신분증을 제공하면 행정서비스와 지역사회 참여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책의 방향이다.

사람을 제도 밖에 남겨 두는 것보다 제도 안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편이 도시 전체에 더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관점이다.

이민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은 인도주의적 배려인 동시에 경제활동의 기반을 넓히는 정책이 될 수 있다.

3. 이민자가 늘면 소비·창업·세수가 함께 움직인다


뉴욕의 사례를 경제학적으로 살펴보면 세 가지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소비다.

사람들이 합법적이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되면 주거와 식료품, 교통,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활동이 이뤄진다. 소비가 늘면 지역 상점과 서비스업의 매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두 번째는 창업과 일자리다.

이민자는 기존 산업의 노동력을 보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기술과 경험, 언어 능력, 해외 시장에 대한 이해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특히 서로 다른 문화권의 소비자와 시장을 연결하는 능력은 글로벌 도시에서 중요한 자산이다. 뉴욕처럼 금융과 미디어, 전문 서비스, 문화산업이 밀집한 곳에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새로운 사업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는 세수와 공공재정이다.

경제활동이 확대되면 소득과 소비, 사업 활동에 관련된 세수 기반도 커질 수 있다. 지방정부는 확보한 재원을 교통과 교육, 공공서비스 등에 투입할 수 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구조가 가능하다.

이민자의 경제 참여 확대 → 소비와 창업 기회 증가 → 일자리와 경제활동 확대 → 세수 기반 확충 → 도시 서비스와 생활환경 개선.

다만 이 과정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이민자의 취업과 소득 수준, 주거비, 노동시장 여건,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 등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민자를 경제의 수동적인 수혜자가 아니라 생산과 소비, 창업의 주체로 바라본다는 점은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이다.

4. 언어 장벽을 낮추고 차별을 막는 것도 경제정책이다


뉴욕의 경쟁력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소는 제도적 접근성이다.

🫡뉴욕시는 고용과 주거, 공공서비스 등에서 국적과 이민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인권법을 운영한다.

또한 ‘로컬 로 30(Local Law 30)’에 따라 주요 시 기관은 널리 사용되는 언어로 주요 문서를 번역하고 언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언어 지원은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다.

공공기관의 안내를 이해하지 못하면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고, 근로계약이나 행정절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불필요한 갈등과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정보를 이해하고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알 수 있다면 사회에 적응하고 경제활동에 참여하기가 쉬워진다.

차별 방지 역시 마찬가지다. 출신 국가나 배경 때문에 실제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제한된다면 도시가 확보한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물론 법률을 마련한다고 차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 규정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시행되는지가 중요하다.

결국 뉴욕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다양한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일하고 배우며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언어와 행정, 법률의 장벽을 낮춰야 한다.

5. 뉴욕의 경쟁력은 금융을 넘어 인재와 혁신으로 확장된다


뉴욕은 오랫동안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도시의 경쟁력을 금융산업 하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세계적인 대학과 연구기관, 전문 서비스 기업, 미디어와 문화산업이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뉴욕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3년까지 뉴욕으로 유입된 25세 이상 이민자 가운데 학사학위 이상 보유자의 비중은 41.3%로, 미국 이민자 평균인 33.5%보다 높았다.

이 수치는 뉴욕으로 유입되는 인력이 저숙련 노동력만으로 구성돼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지식과 고등교육을 갖춘 인재 역시 뉴욕의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인재가 모이면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찾기 쉬워진다. 기업이 모이면 더 많은 일자리와 사업 기회가 생기고, 이는 다시 다른 인재를 끌어들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인재와 기업, 자본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구조는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발표한 2026 글로벌 도시지수는 경제뿐 아니라 인적자본, 삶의 질, 환경, 거버넌스 등 다섯 가지 영역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뉴욕의 1위는 도시의 경제적 규모와 노동시장 경쟁력이 강력한 기반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민자 비중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뉴욕의 1위가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 규모와 산업 구조, 대학과 기업의 집적, 제도적 기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한다.

6. 그렇다고 뉴욕이 이민자 문제를 해결한 도시는 아니다


뉴욕의 정책을 무조건 성공 사례로만 바라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뉴욕은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 소득 격차, 주택 부족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민자 역시 이러한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민자 유입이 늘어날 경우 노동력과 소비가 증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주택과 학교, 의료 등 공공서비스의 공급이 충분하지 않으면 지역사회에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민정책의 성과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받아들였는지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었는지, 적정한 주거를 확보할 수 있는지, 교육과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지, 기존 주민과 새로 유입된 주민이 함께 혜택을 누리는지를 살펴야 한다.

또한 이민자의 권리와 취업 자격, 체류 신분에 관한 법적 문제는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 도시 차원의 포용 정책이 연방정부의 이민법을 대신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포용과 질서를 대립하는 가치로만 보지 않는 것이다. 명확한 법과 제도를 마련하면서도 사람들이 합법적인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

뉴욕의 경험은 이 두 가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7. 한국의 지방도시와 기업이 배워야 할 것


뉴욕의 사례는 인구 감소와 인력 부족을 겪는 한국의 지방도시에도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지역의 산업현장과 농업, 건설업, 돌봄과 서비스업에서는 인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외국인 인력은 이러한 수요를 충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 인력을 단순히 부족한 일손을 채우는 수단으로만 바라본다면 지속 가능한 인력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

임금과 근로조건을 명확히 하고, 안전교육과 언어 지원을 제공하며, 주거와 생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이해하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기업과 지역사회도 장기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유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인재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기업 역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출신 학교와 나이, 국적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실제 업무 능력과 기술, 경험, 성장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물론 직무에 필요한 자격과 안전 기준, 법적 요건은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능력 중심의 평가란 기준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직무와 관계없는 배경 때문에 능력이 가려지지 않도록 하자는 의미다.

도시든 기업이든 사람을 단순한 비용으로만 보면 경쟁력의 한계를 만난다. 사람의 능력을 키우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때 더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결론: 세계 1위 도시가 던지는 질문

뉴욕의 경쟁력을 단순히 이민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는 없다. 거대한 경제 규모와 산업의 다양성, 인재의 집적, 제도적 기반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민자 정책은 뉴욕이 사람을 경제와 사회에 연결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신분증 발급과 언어 지원, 차별 방지 제도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도시의 일상과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과정에서 소비와 창업, 고용과 세수 기반이 확대될 가능성도 생긴다.

이것이 뉴욕의 경험에서 읽어야 할 핵심이다.
“어디서 왔는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사람의 능력을 실제 기회와 연결하는 제도가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세계 1위 도시는 사람을 많이 모으는 도시를 넘어,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서로의 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도시여야 한다.
한국의 도시와 기업도 같은 질문을 던져볼 만하다.
우리는 사람의 과거와 배경을 평가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가, 아니면 그 사람이 앞으로 만들어 낼 가치에 투자하고 있는가?
도시의 진정한 경쟁력은 그 질문에 답하는 방식에서 시작된다.

📍자료 및 참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2026 Global Cities Index
뉴욕시 도시계획국, The Newest New Yorkers 2026
한국경제, 「어디서 왔냐 안 물어요…세계 1위 도시 뉴욕의 이민자 실험」, 2026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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