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대학 과제와 서평 작성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학업 평가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I를 활용하는 능력과 학생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1. 교수에게 최고점을 받은 서평, 알고 보니 AI가 작성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대학생들의 과제 작성에 활용되면서 대학 교육 현장에 새로운 논란이 등장했다. 학생이 제출한 서평이 교수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AI를 활용해 작성한 글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의 한 교수는 학생이 제출한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 『변신』에 관한 감상문에 10점 만점 중 9.5점을 부여했다. 글의 완성도와 작품 해석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감상문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례는 단순히 학생이 과제를 대신 작성했다는 문제를 넘어선다. 교수가 학생의 사고력과 글쓰기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마련한 과제에서 AI가 학생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문학 작품 감상문처럼 개인의 생각과 해석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과제에서도 AI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은 대학 교육에 적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2. 대학생 과제에서 AI 활용은 얼마나 늘었나?
신문에 소개된 서울대 공대 교수 110명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과제 작성에 AI를 활용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비윤리적 AI 활용이 늘어난 분야로는 과제가 73.6%로 가장 높았으며, 보고서가 71.8%, 발표가 64.6%로 뒤를 이었다. 퀴즈와 지필고사에서도 각각 17.3%, 13.6%의 응답이 나왔다.
이는 AI 활용 문제가 단순한 글쓰기 과제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학생들이 자료를 찾고 내용을 정리하는 단계부터 보고서 작성, 발표 준비에 이르기까지 AI를 폭넓게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 수치는 AI를 활용한 모든 행위가 부정행위라는 뜻은 아니다. 설문에서 말하는 비윤리적 활용과 정당한 학습 보조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AI를 이용해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거나 글의 맞춤법을 점검하는 것은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학생이 직접 수행해야 할 사고와 분석, 글쓰기 과정을 AI에 전적으로 맡기고 자신의 결과물인 것처럼 제출한다면 평가의 공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3. AI 시대, 기존 시험과 과제만으로 학생을 평가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대학은 시험 점수와 보고서, 발표, 과제 결과물 등을 통해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평가해 왔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성능이 발전하면서 결과물만으로 학생의 실제 실력을 판단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AI는 짧은 시간 안에 보고서의 초안을 작성하고, 복잡한 개념을 정리하며, 발표 자료에 필요한 문장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 학생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내용도 겉으로는 논리적이고 완성도 높은 글로 표현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은 무엇을 평가해야 할까?
첫째, 결과물뿐 아니라 작성 과정도 평가해야 한다. 학생이 어떤 자료를 조사했고,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렸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둘째, 구술시험과 대면 발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제출한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학생이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고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실제 이해도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AI 사용 내역과 활용 범위를 투명하게 밝히도록 해야 한다. AI를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를 무조건 처벌하기보다, 과제의 목적에 따라 허용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AI를 금지할 것인가, 올바르게 활용하도록 가르칠 것인가?
AI를 둘러싼 대학의 고민은 금지와 허용이라는 두 가지 선택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AI 사용을 무조건 금지하면 학생들이 실제 사회와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AI 활용 역량을 기를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반대로 모든 과제에서 제한 없이 AI를 사용하도록 허용하면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대학은 과제의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평가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기초 학습에서는 학생이 직접 문제를 풀고 개념을 설명하도록 하고, 심화 학습에서는 AI를 활용해 자료를 분석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때 AI가 제시한 답변의 오류를 찾아내고, 자료의 신뢰성을 검증하며, 결과를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도 평가 대상이 되어야 한다.
AI를 얼마나 능숙하게 사용하는지만큼이나 AI가 제시한 결과를 얼마나 정확하게 판단하는지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5. 대학 교육의 미래는 사고력과 검증 능력에 달려 있다
이번 논란은 대학 교육이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AI가 사람보다 빠르게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시대에는 단순히 글을 잘 쓰는 능력만으로 학생의 역량을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능력은 좋은 질문을 만드는 힘,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힘, 여러 정보를 비교하고 검증하는 힘,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힘이다.
이러한 역량은 AI가 만들어 준 결과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기르기 어렵다. 학생은 AI를 활용하더라도 결과를 검토하고, 오류를 수정하며, 최종 판단에 책임을 져야 한다.
대학 역시 AI를 단순히 부정행위의 도구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교육의 방식과 평가 체계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결론: AI가 글을 대신 쓸 수 있어도, 생각하는 능력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생성형 AI는 교육 현장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존 평가 제도의 한계도 드러내고 있다. 교수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서평이 AI의 도움으로 작성됐다는 사례는 결과물의 완성도와 학생의 실제 능력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대학 교육의 핵심은 AI를 사용했는지 여부만을 따지는 데 있지 않다. 학생이 무엇을 이해했고, 어떤 근거로 판단했으며,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있다.
AI가 글을 대신 써 주는 시대일수록 인간의 사고력과 비판적 판단 능력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하며 책임지는 사람을 길러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데일리포커스 | AI 시대의 교육 혁신과 사회 변화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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