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을 둘러싼 정부 정책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 지역을 현재 17개 군에서 2027년 35개 군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에도 정부 재정을 투입해 당초 목표였던 1조원 이상 규모의 기금 조성을 뒷받침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농업계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도 다시 원점에서 논의될 전망입니다.
세 정책을 함께 살펴보면 앞으로 우리 농어촌 정책이 단순한 농업 지원을 넘어 소득 보장과 지역경제 활성화, 통상 개방에 대한 안전망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농어촌 기본소득, 17개 군에서 35개 군으로 확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농어촌 기본소득입니다.
정부는 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 지역을 현재 17개 군에서 35개 군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예산안에 반영했습니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농어촌 주민의 생활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일정 금액을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하는 정책입니다.
현재 시범사업에서는 대상 지역 주민에게 1인당 월 15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나 카드 형태로 지급하기 때문에 단순한 현금 지원을 넘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시범사업은 농어촌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의료기관 이용 등 현장에서 나타난 불편사항을 개선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7년에는 사업 규모 자체가 크게 확대됩니다.
농어촌 기본소득 관련 예산은 올해 추경을 포함한 약 3,047억원에서 내년 1조1,658억원으로 확대될 계획입니다.
대상 지역은 17개 군에서 35개 군으로 늘어나고,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비 지원 비율도 40%에서 50%로 상향됩니다.
이는 전체 인구감소지역 69개 군 가운데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기본소득의 핵심은 ‘지역 안에서 다시 소비되는 돈’
농어촌 기본소득을 단순히 ‘주민에게 돈을 지급하는 정책’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농어촌 지역에서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인구 감소와 함께 지역 소비시장 자체가 축소되는 것입니다.

사람이 줄어들면 음식점과 상점이 문을 닫고, 병원이나 생활서비스가 감소하면서 다시 인구가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농어촌 기본소득은 주민의 소득을 보완하는 동시에 지역 안에서 소비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정부 역시 시범사업을 통해 기본소득 지급 이후 인구 반등과 지역 가맹점 증가 등 지역경제와 공동체 활성화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지급액뿐 아니라 실제 효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인구가 늘었는지, 소상공인 매출이 증가했는지, 청년층의 정착에 도움이 됐는지 등을 장기적으로 분석해야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정부가 직접 재정 투입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정부가 직접 재정 투입
두 번째 변화는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입니다.
이 기금은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농어업·농어촌과의 상생을 위해 출연해 조성하는 것을 기본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당초 목표에 비해 실제 출연 규모가 부족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정부가 마련한 2027년 예산안에는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에 2,000억원의 정부 출연금이 새롭게 반영됐습니다.
당초 기금은 10년 동안 1조원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민간 출연액은 현재 약 3,20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정부는 부족한 약 7,000억원 가운데 우선 내년에 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약 5,000억원도 향후 3~4년에 걸쳐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결국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을 1조원 이상 규모로 채워 농어촌 지원의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왜 상생협력기금이 중요한가?
농어촌의 문제는 농업인 개인의 소득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농촌의 학교와 의료, 교통, 생활서비스, 청년 일자리, 지역 기업 등 여러 문제가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따라서 상생협력기금 역시 단순한 농업 보조금보다는 농촌의 미래 산업과 지역경제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기업과 농촌이 연계해 새로운 사업을 만들고, 청년 창업과 농산물 유통·가공, 지역 관광, 농촌 에너지 사업 등으로 연결한다면 기금의 효과를 더욱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CPTPP 가입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농어촌 정책에서 또 하나 중요한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CPTPP 가입 문제입니다.
CPTPP는 일본, 호주, 캐나다, 베트남 등 여러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 대형 다자간 무역협정입니다.
한국이 가입하게 될 경우 수출시장 확대라는 기회가 생길 수 있지만, 동시에 농축산물 시장의 개방 확대에 따른 국내 농업계의 부담도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농업계에서는 쌀과 축산물, 과일과 채소 등 주요 농축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 가능성을 우려해 왔습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CPTPP 가입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농업계와의 신뢰 회복을 우선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는 CPTPP 가입을 당장 추진하기보다는 농업계의 우려를 먼저 해소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농어촌 기본소득과 CPTPP는 왜 연결되는가?
겉으로 보면 기본소득과 무역협정은 전혀 다른 정책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농업인의 입장에서 보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시장 개방이 확대되면 경쟁력 있는 농업인은 더 큰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지만, 가격 경쟁력이 낮은 영세농이나 고령농은 상대적으로 큰 압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장을 개방하기 위해서는 동시에 농업인의 소득과 경영 안정성을 보완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농어촌 기본소득과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이 바로 이런 안전망의 한 축이 될 수 있습니다.
즉,
시장 개방 → 농업 경쟁 심화 → 농업인 소득 불안 → 소득 안전망 강화
라는 연결 구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농어촌 정책의 핵심은 ‘소득+경쟁력’
앞으로 농어촌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지원금을 얼마나 늘리느냐가 아닙니다.
농어촌 주민의 기본적인 소득을 지키면서 동시에 농업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주민의 생활 안정과 지역 소비를 지원하고, 상생협력기금은 지역경제와 농어촌 발전을 위한 재원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CPTPP 같은 통상정책에서는 농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수출 기회를 찾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특히 청년농 육성, 스마트팜, 농산물 가공·유통, 농촌 관광, 농업 에너지 사업 등으로 농촌의 수익원을 다양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농어촌의 미래는 ‘지원’에서 ‘자립’으로
이번 정책 변화가 농어촌에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지는 앞으로의 실행에 달려 있습니다.
월 15만원의 기본소득이 주민 생활에 실제 도움이 되는지, 지역에서 소비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인구 감소를 막는 효과가 있는지 꼼꼼하게 검증해야 합니다.
상생협력기금 역시 단순히 기금을 쌓아두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에 지속적인 일자리와 소득을 만들어내는 사업에 투자돼야 합니다.
CPTPP 역시 농업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개방의 이익과 피해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결국 세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하나입니다.
“농어촌 주민이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
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35개 군 확대와 상생협력기금 확충, 그리고 CPTPP 논의의 재검토가 우리 농어촌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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