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디세이”의 동굴거인을 속인 독주 와인 ‘파시토’..지금도 생산되는 건조양조기법

동굴거인을 취하게 만든 한 잔의 와인🍷

《오디세이》에서 오늘의 파시토까지

영화 《오디세이》를 보고 나면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거대한 동굴,
동굴 입구를 가로막은 바위,
그리고 그 안에 갇힌 오디세우스와 부하들.


상대는 인간의 상식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운 외눈박이 거인입니다.

칼도 통하지 않고,
힘으로는 당해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오디세우스가 꺼내 든 것은 뜻밖에도 무기보다 훨씬 부드러운 것이었습니다.

바로 와인 한 부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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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님, 이 술이나 한잔하시죠.”


《오딧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가 거인 괴물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에게 건넨 와인은 평범한 와인이 아니었습니다.

마론이라는 인물에게 받은 아주 진하고 농축된 와인이었는데, 물을 무려 와인 1에 물 20 정도로 희석해서 마실 정도였다고 묘사됩니다. 당시 그리스에서는 와인에 물을 섞어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물을 섞지 않은 원액은 상당히 강렬한 술이었던 셈입니다.

폴리페모스는 이 술을 마셔보고 단숨에 마음을 바꿉니다.

“이렇게 맛있는 술을 가져왔는데, 선물을 주지 않을 수 없지.”

물론 그가 말한 ‘선물’은 오디세우스를 가장 마지막에 잡아먹어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디세우스는 이미 다음 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거인이 술에 취해 깊이 잠든 순간,

불에 달군 올리브나무 말뚝을 들고
그의 하나뿐인 눈을 찌릅니다.

그리고 탈출.

여기서 영화의 액션만 보면
“오디세우스가 거인을 어떻게 쓰러뜨렸는가?”가 핵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보면 이야기가 재미있어집니다.

거인을 쓰러뜨린 첫 번째 무기는 사실 와인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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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와인이 ‘파시토’였을까?

여기서 와인 애호가들의 흥미로운 질문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오디세우스가 들고 간 그 농축 와인이 오늘날의 ‘파시토’와 같은 것인가?

정확하게 말하면 고대의 와인을 현대의 특정 파시토 와인과 동일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분명히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포도를 말려 수분을 날리고, 남은 성분을 농축시키는 방식입니다.

이탈리아어로 아파시멘토(Appassimento)라고 부르는 이 방식은 포도를 수확한 뒤 그대로 두거나, 선반과 건조 공간에서 말려 수분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물이 빠져나가면 포도 속의 당분과 산, 향이 농축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와인이 바로 넓은 의미의 파시토(Passito)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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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여기서부터입니다.

파시토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아주 달콤한 디저트 와인”을 먼저 떠올립니다.

실제로 말린 포도로 만드는 파시토에는 달콤한 스타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반드시 달 필요는 없습니다.

포도를 충분히 말려 농축한 다음, 발효를 끝까지 진행시키면 포도 속 당분이 알코올로 바뀌면서 드라이 한 파시토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이탈리아의 아마로네(Amarone)입니다.


포도를 말려 농축한 뒤 발효를 끝까지 진행하기 때문에 높은 알코올과 농축된 풍미를 가지면서도 단맛은 거의 남기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즉,
“말린 포도 = 무조건 달콤한 와인”
이라는 생각은 절반만 맞습니다.

말리는 것은 같은데,
발효를 어디까지 끌고 가느냐에 따라
달콤한 와인이 되기도 하고
묵직한 드라이 와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디세우스의 와인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고대 지중해 세계에서 와인은 단순히 식사 때 마시는 음료가 아니었습니다.

장거리 항해와 보관을 생각하면
와인을 얼마나 오래 보존할 수 있느냐도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대였으니까요.





그래서 오디세우스의 와인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오늘날에도 포도를 말리는 아파시멘토 방식은 여러 지역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오디세이》의 동굴 장면을 이렇게 상상해보면 꽤 재미있습니다.

어두운 동굴 한가운데,
거대한 키클롭스가 앉아 있습니다.

그 앞에는
거대한 치즈와 양 떼가 있고,

오디세우스는 주머니에서
검도, 창도 아닌
진하고 향긋한 와인 한 부대를 꺼냅니다.

“이것부터 드셔보시죠.”

한 잔.
두 잔.
그리고 세 잔.
거인은 취해갑니다.

오디세우스는 조용히 기다립니다.

그리고 거인이 잠든 순간,
역사는 액션 영화로 바뀝니다.


포도는 말라야 더 강해진다

파시토의 매력은 바로 이 역설에 있습니다.

포도는 말라갑니다.

수분은 빠져나갑니다.

겉보기에는 생명력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향과 당, 산미와 풍미가 한층 농축됩니다.


덜어냄으로써 더 강해지는 것.

어쩌면 이것이 오디세우스의 이야기와도 닮았습니다.

트로이 전쟁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고향 이타카로 가는 길에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잃습니다.

동료를 잃고,
배를 잃고,
시간을 잃고,

때로는 자신의 이름과 자존심까지 걸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경험을 지나면서
그는 점점 더 영리한 사람이 됩니다.

힘으로 이길 수 없는 거인을
힘이 아니라 술과 지혜로 이겨낸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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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파시토는 다시 우리 앞에 놓입니다.

수천 년 전 오디세우스가 들고 갔던 그 와인과 오늘날의 파시토가 같은 술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포도를 말려 농축하고,
그 농축된 포도로 독특한 와인을 만든다는 오래된 발상은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달콤한 파시토도 있고,
말린 포도의 풍부한 향을 품은 드라이 스타일도 있습니다.

그러니 다음에 파시토 한 잔을 마신다면
그저 “달콤한 이탈리아 와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한번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올려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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